썰렁한 민심에 좌불안석

썰렁한 민심에 좌불안석… 초선의원들 힘겨운 겨울나기



#1. 서울 노원을의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 지난달 24일 수술대에 올랐다. 재발한 발목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연말연초 빡빡한 지역구 스케줄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친 탓이다. 2009년 다친 발목에 무리가 온 것이다. 그만큼 그의 일정은 고단하다. 권 의원의 하루 수면 시간은 5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생활체육단체 시무식, 종교단체의 신년 하례회 등을 찾아 신년 인사하는 것이 연초 일상이었다. 이들 단체엔 표심을 좌우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많기 때문이다. 하루 스케줄을 보면 오전엔 구청장과 동행하며 동 업무 보고를 받는다. 숙원사업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점심 시간엔 노인정에, 오후엔 지역상가에 다닌다. 저녁엔 직능단체별 정기 총회에 참석한다. 민심을 듣고 지역 발전 사업을 찾기 위한 행보다. 지역민과의 솔직담백한 대화를 통해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친근하고 믿음직한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도 애를 쓴다. 지지층 확대를 위한 것이다.

#2. 경기 수원장안의 민주당 이찬열 의원. 서울과 수원을 하루에 2번이나 오르내리고 있다. 지역구를 돌고 난 뒤 저녁식사도 못한 채 밤늦게 상경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집에서 라면을 먹는다. 관변 단체 여덟 곳을 오전과 오후에 반씩 나눠 순회하는 것이 하루 일과다. 관변 단체는 지역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순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저녁엔 종친회, 동문회, 시민회 신년회에 참석한다. 이 행사에도 빠질 수 없다. 이 의원이 회원으로 가입한 단체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정이 2월까지 꽉 차 있다. 혹한이 몰아쳤던 지난달 16일엔 조기축구회 시무식을 두 곳이나 찾았다. 돼지머리와 시루떡을 두 번 먹어야 했다. 지역을 돌면서 민원이나 숙원사업이 있으면 수첩에 꼼꼼히 메모한다. 공약으로 써먹기 위한 것이다.






◇19대 총선을 1년 여 앞두고 연초부터 여야 수도권 의원들의 '표밭다지기' 경쟁이 뜨겁다. 왼쪽은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중인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서울 노원을), 오른쪽은 지역 신년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는 민주당 이찬열 의원(수원 장안).


여야의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혹한에도 2012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으로 때우는 일이 많아서다. 지역구 활동에 '올인'하는 이들에겐 재선의 꿈이 유일한 위로다.

한나라당 수도권 초선의원은 '총선 위기감'에 좌불안석이다. 서민경제 악화와 취업난 등으로 바닥 민심에 '반여(反與) 정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혹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표밭 다지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여러 의원이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 연말에 200곳의 송년회를 간 것 같다. 어떤 땐 저녁에만 열일곱 곳을, 저녁식사를 일곱 번이나 한 적도 있다. 행사장에서 코피를 쏟은 적도 있다"(구상찬 의원),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작년에 만든 의정보고서를 직접 돌린다. 아무래도 시간을 내서 지역민을 만나고 나면 마음이 가볍다"(김성식 의원), "지역활동하는 도중에도 짬을 내서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만나기 어려운 지역의 젊은층과 소통하고 있다"(정태근 의원), "지난 연말에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포천·연천에서 길목마다 세워진 60여개의 방역 초소를 돌거나 아예 직접 소독약을 뿌리고 다섯 시간 동안 초소를 지켰다"(김영우 의원).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초선은 수성이, 당협위원장은 탈환이 목표다.

수도권 민심은 흉흉하다. 여당에 불리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런 것만 믿고 지역구 다지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의 특성상 상황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판갈이 '바람몰이'를 위해선 정공법밖에 달리 길이 없다. 유권자에게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지지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지난 연말 장외투쟁을 하다 보니 지역구인 인천과 서울을 하루에만 세 번이나 왕복하며 표밭 다지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신학용 의원), "구청과 시에서 하는 공식 행사와 시무식, 자생단체와 관변 기관 모임은 매일 참석한다. 우리 당 단체장들과 함께 민원인 면담도 빼놓지 않는다. 원외인 만큼 조직 정비 활동에도 틈틈이 시간을 할애해 선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우상호 당협위원장).



김포사회복지신문사 박근영 기자